박하사탕 (Peppermint Candy)
2000 / 이창동 감독 / 설경구, 문소리, 김여진 주연
요새 푹 빠진 씨네 마운틴에서 소개 받은 박하사탕을 보게 됐다. 워낙 유명한 영화지만 여지껏 보지 못한 여러 영화 중 하나로 무슨 내용인지 조차 모른 채 그저 "나 다시 돌아갈래!" 라고 외치는 설경구의 모습만 떠오르던 영화였다.
씨네 마운틴에서 주연이었던 문소리 배우님이 워낙 재밌게 설명해 주신 덕에 이제라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찾아봤다. 넷플릭스엔 없었고 다행히 웨이브에 올라와 있어 바로 볼 수 있었다.
박하사탕은 2000년 1월 1일 0시에 개봉했는데, 밀레니엄을 맞아 개봉일을 정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피카딜리에 모였는데,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들의 표정이 아주 볼만 했다고 한다. 보고나니 왜 그런 표정들을 지었다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 시간을 거꾸로 돌리며 진행되는 방식이 텁텁함을 더해줬던 게 분명하다.
박하사탕(Peppermint Candy), 2000
줄거리
영화는 철길 위에 서 있는 영호의 일그러진 얼굴로 시작한다.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영호는 철길 위에서 돌아가고 싶다고 외치며 도대체 어디서 부터 잘 못된 것인지 자신의 삶을 돌이켜 본다.
분명 평범했던 순간이, 행복했던 순간이 있었던 것 같은데...
강변에 누워있던 영호의 기억은 며칠 전으로 돌아 간다. 무너져 버린 자신의 삶에 한 남자가 찾아 온다. 그 남자는 영호의 첫사랑 순임의 남편이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순임이 영호를 찾는다고 한다. 부인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영호를 찾은 남자는 영호에게 양복을 선물해 주며 순임에게 데려가지만 이미 순임은 의식을 잃었다. 영호는 누워있는 순임을 보며 깊이를 알 수 없는 슬픔을 느낀다. 그녀와 계속 함께 했다면 자신의 삶이 그렇게 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영호는 경찰 시절 만난 홍자와 결혼했다. 아이도 낳았고, 개도 키우며 겉으로는 아주 평범한 가정을 꾸렸다. 하지만 영호의 가정은 행복하지 않았다. 경찰을 그만두고 사업을 할 때 쯤 이미 영호의 가정은 파탄 나 있었다. 홍자와의 결혼, 그 때부터 잘 못된 것이었을까? 역시 사랑없는 결혼을 해서는 안 됐던 걸까? 결국 홍자마저 영호를 버렸으니 그 때부터 잘 못된 것이었을지 모른다.
홍자를 처음 만났을 때, 그러니까 경찰이 처음 됐을 때의 영호는 아직은 순수함을 가지고 있었다. 선배들이 하는 고문을 영호는 차마 할 수 없었고, 처음으로 사람을 때렸을 때 누군가를 다치게 한 만큼 자신도 아팠다. 하지만 괴로움은 익숙해졌고 결국 현재의 영호는 죄책감조차 느끼지 못했다.
영호의 기억은 순임을 만났던 그 때로 돌아간다. 그 시절 영호는 폭력과는 거리가 먼, 그저 꽃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순수한 청년이었는데, 그 청년이 현재의 영호가 되어가는 과정이 너무 잘 이해되서 씁쓸해 진다.
영호가 어떤 삶을 살아 왔는지, 왜 철길 위해서 영호는 돌아가고 싶다고 소리쳤는지 자세한 이야기는 영화를 통해 확인 하길 바란다.
후기
20대 초반에는 고지식하고 가부장적인 어른들을 보며 그저 불만을 품는 데 그쳤다면, 20대 후반을 지나며 왜 어른들은 그런 어른이 될 수 밖에 없었을까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이 영화는 그 고민과 맞닿아 있다. 사진과 들꽃을 좋아했던 영호도 분명 그런 어른이 되고 싶진 않았을 것이다. 죄가 있다면 주어진 역할에 의문을 품거나 도망치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그것도 죄라면 죄겠지만 누가 영호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영호는 좋은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절대 악과 같은 존재도 아니다. 그 시대의 평범한 나쁨. 우리가 슬퍼해야할 지점은 나쁨이 평범할 수 있는 상황이다.
지금의 나는 어른들의 정당성을 '시대의 꼰대'라는 말로 부르며 고민을 마치고, 어떻게 하면 그런 어른이 되지 않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삶의 녹록치 않음만 깨닫게 되어 답을 찾기가 어렵지만 아직 어른들의 태도에 의문을 품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박하사탕을 추천해 주고 싶다. 누군가의 나쁨은 본인보다는 사회가 만든 것일지 모른다.
한줄평
보통의 나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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