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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넷플릭스 영화추천] 버드박스(Bird Box),2018, 내용과 리뷰(스포X)

by 곰돌이슈퍼 2020. 3. 19.

버드박스(Bird Box)

2018, 수사네 비르 감독, 산드라 블록 주연


스릴러/호러물을 좋아하는 파트너 덕분에 이것저것 찾아보다 도전해 본 <버드박스>. 정말 기대치 하나 없이 봤으나 꽤 재밌었다. 첫 부분부터 꽤 흥미롭다. 같은 해에 개봉한 <콰이어트 플레이스>가 종말 영화라는 점에서 비슷한 듯 하지만 보다 보면 느낌이 굉장히 다르다. <버드박스>가 보여주는 특유의 철학적인 분위기가 있달까. <버드박스>가 종말이 다가왔을 때 인류의 모습 혹은 인간의 심리를 좀 더 세밀하게 담아 낸 듯 하다.

버드박스(Bird Box), 2018

내용

영화는 동생 제시카(사라 폴슨역)와 함께 산부인과에 간 주인공  말로리(산드라 블록역)가 병원에서 희안한 관경을 포착하면서 시작된다. 갑자기 유리창에 머리를 박고 자살한 여성, 언뜻 보면 정신질환자로 보일 수 있지만 말로리는 그 모습을 보며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낀다.

그러다 사건이 시작된다. 병원을 떠나는 순간 주변에 있던 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자살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귀신에라도 홀린 듯 사람들은 멍한 표정을 한 채 차도로 뛰어들고, 스스로 목에 칼을 대어 자살을 택한다. 무엇도 쫒아 오지 않지만 말로리는 온 힘을 다해 도망치기 시작한다. 

그런데 옆에 있던 동생이 이상하다. 말로리는 동생 제시카 또한 자살 하는 이들처럼 변해간다는 걸 깨닫지만 이미 제시카의 눈은 변해 있었다. 그렇게 말로리는 제시카의 자살을 눈 앞에서 목격하고 만다. 

아이를 지켜야 했던 말로리는 제시카의 죽음을 뒤로 한 채 도망에 성공하고, 건물 밖에 눈에는 보이지 않는 어떤 존재가 사람들을 자살로 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다행히 그 존재는 건물 안으로는 들어오지 못하는 듯하다. 이제 살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딱 하나. 그 존재를 보지 않는 것.

임신한 말로리를 구해 준 남성의 집으로 많은 이들이 대피해 온다. 하지만 이미 그 존재를 본 이를 집에 들일 수 없어 사람들은 경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사람들이 늘어나고 그 존재에게서 살아남기 위해 사람들은 힘을 합한다. 

그러나 변수가 생겨난다. 그 존재를 보고도 자살하지 않고 맹신하며 사람들에게 그 존재를 보라고 강요하는 사람들이 생겨난 것이다. 그들은 집단으로 행동하며 억지로 사람들이 눈을 뜨고 그 존재를 보게 만든다. 그리고 결국 말로리가 대피한 그 집에도 그들이 들이닥치고 더 이상 그 집은 안전하지 않다.

그 와중에도 말로리는 다행히 순산에 성공한다. 하지만 그녀와 함께 있던 또 다른 임산부는 아이를 낳고 그만 그 존재에 의해 자살 당한다. 겨우 살아 남은 말로리는 두 아이 그리고 그 곳에서 만난 톰(트레반트 로즈 역)과 함께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떠난다. 차의 모든 창문을 가린 채 오직 네비게이션에 의지해서 말이다. 

말로리와 톰은 생존에 성공하고 빈집들을 떠 돌며 식량을 구하고 생필품을 챙기며 아이들과 함께 5년이란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무전기로 어떤 이들이 접촉을 시도한다. 강 아래 안전한 보금자리를 마련해 뒀으니 그쪽으로 대피해 오라는 그들, 말로리와 톰은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한다. 

점점 그 존재 그리고 그 존재를 맹신하는 집단으로의 위협이 가까워진다. 선택에 기로에 놓인 말로리와 톰 그리고 아이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과연 그들은 그 존재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을까?


후기 

기대 없이 봤지만 지금까지 본 적 없던 종말에 대한 설정이 신선했다. 마치 질병처럼 사람들을 감염 시키는 어떤 존재 그리고 유일하게 그 존재를 느낄 수 있는 새들, 제목이 <버드박스>인 만큼 왜 새를 그렇게 중요한 요소로 설정했는지를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면 좋겠으나 아쉽게도 그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 제목의 의미를 영화 안에서 설명해 줬다면 좋을 텐데 말이죠. 이 외에도 영화가 끝날 때까지도 그 존재가 무엇 인지에 대한 설명도 이뤄지지 않아 조금은 답답하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상상력에 맡기고 오히려 생각할 거리를 남겨둔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당한 속도감과 단순히 그 존재에게서 벗어나기 위한 사투 뿐 아니라 종말을 맞이한 인간들의 심리에 대해서도 잘 표현해내 꽤 재밌게 볼 수 있었다. 종말이 다가왔을 때 인간의 이타심과 이기심이 동시에 발현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과연 진짜로 도망쳐야 할 대상이 누구인가에 대해 고민해보게 된다. 

그 외에도 아이를 낳았음에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아이들에게 이름을 지어주지 않고 그저 'boy' 와 'girl'로 부르는 설정도 인상 깊었다. 종말이 다가와 매일을 살기 위해 몸부림치면서도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모순된 행동이 묘하게 다가온다. 언제 죽을지 모르니 희망 없이 사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그럼에도 희망을 품고 살아야 하는 건지 오히려 이런 고민의 지점들이 보다 종말에 대한 감각을 느끼게 해주지 않았나 싶다. 


한줄평

종말이 다가왔을 때 과연 어떤 것이 진정한 종말을 가져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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